[영상]”도시 머리에 초록생명이 자란다”…그들이 도시농부가 된 사연

 

청년도시농업단체 대표 김나희씨(32). 옥탑방 도시 농부 임선우씨(28). 세운상가 옥상 텃밭 관리자 김동수씨(67). 이들은 작게는 3평 크게는 200평 규모로 옥상에서 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들이다. 이들이 입모아 말하는 건 바로 ‘풀의 질긴 생명력’이었다.



◇옥상 텃밭, 어릴 적 추억과 우정을 쌓아가는 공간

성남시 수정구에서 작지만 남부럽지 않은 옥탑방에 사는 임선우씨. 디자이너가 본업인 그는 3년 전부터 옥탑방의 자투리 땅에서 옥상 텃밭을 시작했다. 상추, 고추, 땅콩, 파프리카, 가지, 딸기, 블루베리, 아로니아, 헤이즐넛 등 20여 가지가 넘는 작물들을 심었다. 본격적으로 3평 남짓한 옥상에 20개가 넘는 화분을 놓은 건 올해부터다.

“자취를 하면 요리를 해 먹어야 하는데 마트 같은데 가면 파나 고추를 한 개씩 안 팔잖아요. 음식물 쓰레기 처리하는 것도 일이라서 그냥 옥상에서 재배를 시작하기로 했죠.”

“매일 물만 적당히 주면 식물은 하루하루 잘 자라요. 보고 있으면 뿌듯하고 즐거워요. 특히 상추 같은 경우는 하루가 다르게 금방 커서 한번 따먹으면 4일 뒤에 손바닥만 하게 또 자라있어요.”

연신 건강하게 웃음 짓는 임씨는 어릴 적 부모님과 마당에서 작물을 재배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한다. 그는 자기만의 자취방에서도 친구들과 오손도손 다정한 추억을 만드는 중이다. 상추와 고추, 겨자 잎들은 친구들이 왔을 때 같이 먹을 쌈들이다.

◇ “수박씨를 뱉었는데 수박이 자라났어요”

자취방에서 작물을 키워먹는 청년도 있다면 텃밭 일을 업으로 삼은 청년도 있다. 서울시 마포구 구수동의 한 빌딩 옥상에서 만난 청년 도시농업단체 ‘파릇한 절믄이'(파절이)의 대표 김나희. 그린피스에서도 일했던 김 대표는 환경 문제에도 관심이 많다.

“열매를 하나 맺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려요. 우리는 빠르게 소비하는 것에만 익숙해지다 보니 이렇게 기다리는 시간이 별로 없죠. 농사라는 건 결과를 얻기 위해 기다리는 연습을 할 수 있는 거예요.”

2011년 대학생 모임에서 시작해 현재는 매주 토요일 공동 경작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인 파절이. 이들은 토종 종자를 종묘상에서 직접 구입해 재배한다.

“화학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기른 이 상추들은 일주일이 넘어도 싱싱해요. 깻잎도 향이 세고요.”

“작년에 웃겼던 게 수박을 먹고 씨를 뱉었는데 서울이 따뜻하다 보니 수박이 옥상에서 정말 났어요.”

토종 종자들이 숨 쉬고 있는 향긋한 옥상이다.

임선우씨(28)가 성남시 수정구 인근 옥탑 텃밭에서 가꾸는 작물들. © News1

◇ 세운상가 위에선 쪽파와 딸기가 자란다

서울시 종로구 세운상가 옥상 한쪽 30평 남짓 규모의 땅에도 텃밭이 있다. 작년 9월부터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목적으로 세운상가에도 흙과 식물이 들어왔다. 잉글리쉬 라벤더, 레몬타임 등의 허브가 절반. 마늘, 쪽파, 딸기, 부추 등이 절반을 차지했다.

김동수(67) 세운상가 옥상 관리자는 하루에 몇 번이고 서울 시내를 위에서 바라보며 텃밭에 물을 준다. 그에게 뭐가 맛있냐고 묻자 대뜸 쪽파를 하나 뽑아서 건넨다.

“이 쪽파는 라면 끓일 때 넣어서 먹으면 맛이 끝내줘요”

주로 세운상가에 입주한 상인들이 올라와 쪽파 등을 먹는다고 한다. 그는 작년에 심은 딸기를 보고 연신 예쁘고 기특하다며 감탄한다.

“작년에 딸기를 심었는데 다 죽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파란 싹이 돋아난 거 보세요. 겨울을 이겨내고 나온 거예요.”

회색으로 각진 도시의 머리에 풀들이 자라는 건 반가운 일이다. 유기농 채소로 건강을 챙길 수도 있고 도심의 열을 식히는 효자 노릇을 할 수도 있다. 초록 생명은 물만 주면 어디서든 뿌리를 뻗고 열매를 사람에게 내어준다.

도시의 옥상 텃밭은 증가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7년 도시농업 현황 조사에 따르면 도시 텃밭의 면적은 2010년에는 104ha에서 2017년에는 1106ha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지자체에서도 옥상 텃밭 조성을 적극적으로 지원 중이다. 특히 서울시는 약 13억원의 예산을 들여 공공기관 및 주택 건물을 선정하고 옥상 텃밭 조성에 드는 비용을 최대한 보조해 주고 있다.

서울시 마포구 구수동 인근 옥상 텃밭.(파릇한 절믄이 제공)© News1

suhhyerim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