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모임 ‘파릇한 절믄이(파절이)’를 이끌고 있는 김나희(29)씨는 14일 서울 마포구 구수동 수협 건물 옥상텃밭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옥상텃밭 공동체라는 게 낭만적인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다”며 이렇게 말했다.이날 둘러본 텃밭은 겨울이라 다소 황량해 보였다. 김씨는 “비수기여서 일이 많이 줄었지만 회원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마늘과 양파 등을 재배하고 얼마 전엔 수확한 배추로 김장도 했다”며 웃었다.

2011년 초 서울 홍익대 재학생들이 소규모 프로젝트로 시작한 파절이는 도시농업 붐을 타고 2013년 초 협동조합으로 정식 인가를 받아 이 건물 옥상에 텃밭을 만들었다. 크라우드펀딩를 받아 연남동 건물 옥상에 텃밭 2호도 만들었다. 회원 수도 급속히 늘어 200명에 달하기도 했다.

그런데 규모의 확장만큼 내실이 따라오지는 않았다. 도시농업을 사업화하겠다는 욕심을 부렸지만 열정에 비해 경험이 턱없이 부족했다. 텃밭 2호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무리하게 진행한 탓에 포기해야 했다. 지하철 역사에 농작물 판매점을 내려 했으나 뜻하지 않은 소송에 휘말리며 결국 협동조합이란 간판도 내렸다. 회원 수는 100여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초 파절이에 합류해 대표를 맡은 김씨는 “이제는 소모임 같다”고 말했다.

파절이 회원들은 50여평 옥상텃밭과 서울시가 분양한 이촌동 노들섬의 노들텃밭(5평)에서 토마토, 호박, 고추, 상추, 참외, 당근 등을 키운다. 30대 회사원 중심이다 보니 서양 요리에 필요한 바질, 파슬리, 샐러리, 오크라 등도 많다. 김씨는 “농사를 기반으로 하는 모임이지만 수익을 위한 단체가 아니어서 전문적으로 농사를 짓진 않는다”며 “농사를 매개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여러 가지 활동을 함께 한다”고 말했다. 파절이 정기 모임 때는 농사 지은 채소들로 음식을 해서 나눠 먹고 옥상에 설치한 스크린으로 영화를 함께 보거나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한다.

회원들은 도시농업이 좋아서 모인 사람들이다. 귀농 준비 단계로 참여하는 사람도 일부 있다. 김씨는 “복잡한 도시 생활에 지친 젊은이들에게 도시농업은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고 말했다. 소비 위주의 삶에서 생산을 경험한다는 측면도 중요하다. “소비에 지친 사람들이 농작물을 생산하며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직접 키운 채소로 함께 요리를 해먹으며 느끼는 소소한 즐거움도 있죠. 선선한 늦여름 밤 옥상에서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앉아 있으면 도시에서 찾기 힘든 정취를 느낄 수 있어요. 앞으로는 농사나 요리 외에도 회원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파절이는 아직 시험 단계다. 재정적인 어려움은 변함이 없고, 옥상 공간을 언제까지 임차해 쓸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김씨의 목표도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그는 “도시농업은 식량난을 일부분 해소할 수 있고 기후변화 문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서울의 땅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제한은 있지만 건강한 먹거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만큼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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